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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들의 거친 연기에 눈을 뗄 수 없어, <트루웨스트>

by Joa. 2010. 12. 26.


지난 토요일,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앤유에서 연극 <트루웨스트>를 봤다.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오만석과 조정석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많이 기대됐었다. 조정석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하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하기에 그런가 보다- 했었고, 오만석은 연극쪽에서 워낙 연기 잘하기로 소문났었으니 기대감 가득!



토요일 7시 공연이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역시 배우들이 워낙 쟁쟁해서겠지? 장르 자체는 블랙코미디여서 사람들이 관심가질법한 소재는 아니니까.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도 여자관객이 훨씬 많았다 :)



오늘의 캐스팅은 오만석-조정석이었는데, 다른 배우들로는 배성우, 강동호, 홍경인 등이 있다. 홍경인의 오스틴 역할도 기대되지만, 오늘이 최고의 라인업인듯. 실제로 두 배우의 연기는 저정도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격하고 생생해서 공연시간 내내 탄탄히 버티는 그들이 얼마나 멋있었던지!



<트루웨스트>는 극과 극인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야성적이고 자유분방한 매력이 있는 형 리가 알래스카로 떠난 엄마의 집을 돌보며 글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을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거친 매력을 가진 리는 범생 같은 오스틴을 무시하고 맘껏 부려먹는데, 오스틴은 유순한 성격 답게 항상 잘 맞춰준다. 그러나 오스틴이 오랫동안 준비한 시나리오의 영화화 작업이 결정난 상황에서 불청객인 형은 특유의 언변과 사교성으로 사울을 잘 설득해 오스틴이 아닌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어쩔 수 없이 형을 돕게 된 오스틴은 점점 술에 취하고 망가져 가고, 막무가내였던 리는 그런 동생을 달래는 입장으로 서로 상황이 역전되면서 반전의 재미를 준다.

이지적이고 차분한 오스틴은 자기와 너무나 다른 형의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나리오 작업까지 뺏어버리는 형인데도 사막에서 힘겹게 살아온 형의 삶을 갖고 싶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사막에 데려가달라고 애원한다.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능력없는 리 역시 동생을 무시하는 척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가진 그를 한편 부러워한다. 이 두 형제가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시나리오만 봐도 둘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사람들간의 소소한 러브스토리를 쓴 오스틴과 별 내용은 없지만 뭔가 매력적인 서부극을 쓰려던 리.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난투극. 배우들의 격렬한 몸싸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연극은 막을 내린다.

사실 내용 자체는 너무 미국정서에 맞춰진 것인지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뭐가 블랙코미디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배우들의 명연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재미었달까? 개인적으로는 조정석이 연기한 오스틴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서인지 오만석의 연기보다 조정석 쪽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오만석이 좀 더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긴 했는데 캐릭터 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조금 과장된 듯한 느낌이 있었고, 조정석은 여러가지 내면 연기를 잘 보여준듯 :)

어쨌든, 간만에 아- 제대로 된 연극 봤다! 라는 생각이 든 공연. 배우들의 찐한 연기가 보고싶다면 트루웨스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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